Q. 전자음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와 영향을 많이 받은 아티스트는 누구인가요?
초기에는 "Massive Attack", "Portishead"라는 그룹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Trip Hop이라는 장르 자체가 좋다기보다는 이 그룹들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유니크한 사운드, 색다른 편곡이 저에게 굉장히 인상적이었고, 요즘도 종종 찾아들을 정도로 좋아하는 곡들이 많습니다. 가끔 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얘기할 때는 "Massive Attack"을 꼽기도 합니다.
Q. 요즘 근황은 어떤가요?
올해 초부터 케이팝 작업을 준비 중이며, 원래 함께 하던 "NECTA"와 "The Deep"과도 작업을 했어요. 대부분의 프로듀서들이 그렇듯, 별다른 취미가 없어서 작업 이외에는 딱히 하는 일이 없습니다. 잠을 자고 일어나면 작업하고, 이게 대부분의 일상이네요.
Q. 작업 스타일은 보통 어떤가요?
다양한 방식으로 하고 있는데 일단 저는 데모버전은 만들지 않고 무조건 완성을 해야돼요.
트랙을 완성을 해서 보내고 탑라인을 받으면 거기에서 같이 보컬을 수정을 하는 방식으로 가장 많이 작업하고 있어요. 다양한 방식도 시도해봤지만, 데모 버전 상태에서는 알 수 없는 것들이 있고, 만나기 어려운 분들도 있어서 비트를 먼저 완성해서 보내는 편이에요.
Q. 처음 프로듀싱은 어떻게 시작할 수 있었나요?
제가 처음 개인 작업을 시작했을 때 학교 후배인 "NECTA"라는 친구와 같이 하게 됐어요.
제 본명이 "김성민"인데 그 친구 본명도 "임성민"이었어요. 그래서 친구들이 이름이 같으니 한 번 만나보라고 해서 만났습니다. 만나보니 노래를 좀 특이하게 해서, 무작정 비트를 하나 써서 가져갔는데 그 비트가 좋다고 반응해 줘서 같이 만들어서 작업하고 그 후로도 함께 작업을 하게 되었어요. 그렇게 발매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연락이 오기도 하고, 친구들이 소문을 내주거나 주변에서 얘기를 듣고 아티스트분들이 먼저 연락을 주기도 했던 것 같아요.
Q. 프로듀싱을 할때 가장 중요한 부분은 무엇인가요?
어떤 아티스트와 작업을 하게 되면, 그 아티스트의 데뷔 때부터 최근에 낸 곡까지 모두 일단 들어봐요. 그 곡들을 들으면서 전략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점이나 새로운 스타일의 작업물 같은 것들을 많이 고민해요.
아티스트의 의견도 많이 반영하지만, 최대한 프로듀서로서의 시각을 가지고 필요한 것들을 이야기해요. 프로듀서는 실제로 음악을 기획해야 하고, 아티스트가 음악 쪽에서 고민하지 않도록 돕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해서 보통 주도적으로 진행해요.
어떤 스타일을 제안할 때는 그 음악의 풀이나 국내외 현황, 트렌드 등을 토대로 설득을 하거나, 아티스트가 납득하지 못할 때는 레퍼런스를 많이 제시해 주기도 해요.
Q. 협업을 할때 가장 중요한것은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커뮤니케이션이 잘되지 않으면 좀 힘들어요. 일단 그 사람과 친구가 될 수 있는지, 그런 것들이 개인 작업에서는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낯선 사람을 경계하는 건 똑같지만, 너무 시니컬하거나 맞지 않아서 대화가 통하지 않으면 작업하기 힘든 것 같아요.
만약 회사와 협업을 하게되면 '내가 여기에 필요한가'를 중요하게 봐요.
Q. 평소 성격은 어떻고 취미는 무엇인가요?
작업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 성격이 많이 다른 것 같아요. 음악 작업을 하지 않는 친구들과 만나면 실없는 얘기도 많이 하고 술 마시는 것도 좋아해요. 하지만 작업에 들어가면 아무리 친한 사이여도 웬만하면 웃긴 얘기를 잘 하지 않고, 작업에 집중해서 빨리 끝내는 편이에요.
또 진지한 스타일이어서 매사에 생각을 많이 하고, 취미가 진짜 없는 편이에요. 하지만 맛있는 음식을 매우 좋아해서 맛집을 다니는 것을 즐기고, 리뷰를 쓰기도 해요. 😎
Q. 최근 즐겨듣는 음악은 무엇인가요?
사실 제가 만드는 음악과 제가 듣는 음악은 완전히 정반대예요. 제가 만드는 음악은 사운드가 강하거나 해석적인 요소가 많은데, 제가 듣는 음악은 팝이나 R&B를 많이 듣고, 포스트 음악까지 다양하게 즐기고 있어요.
그리고 정말 좋아하는 팝 아티스트는 "Amelia Moore"인데, 2~3년 전만 해도 나만 좋아하는 아티스트였는데, 지금은 너무 유명해졌어요. 로봇이 사랑을 배우고 '이제 나는 더 이상 인간이 될 수 없구나'라는 생각을 하는 특이한 세계관을 담고 있어서 재밌고, UK 사운드와 팝을 잘 조합해서 만들었어요. 프로듀서 "Pink Slip", "Inverness" 분들이 참여했는데 그 분들의 음악도 너무 좋아해요.
Q. 개인앨범은 언제 다시 발매할 계획이신가요?
사실 이 질문을 많이 받는 편이에요 😅 전자음악을 시작했을 때 장르를 딱 정해 놓은 것은 아니었어요. 그 당시에는 주로 "Techno", "IDM", "Experiment", "Glitch"같은 음악들을 만들면서 시작했어요. 그래서 그쪽 음악에 흥미를 느꼈고, 실제로 새로운 음악과 사람도 많아서 좋았지만, 장르 음악이다 보니 마니아층을 제외하면 듣는 사람이 거의 없었어요.
두 번째로는 제 이름을 걸고 뭔가를 내는데, 사람들이 저를 단지 이 장르만 하는 사람으로 보는 게 싫었어요. 아직도 여러 가지 스타일이 재미있고 새로 나오는 장르나 팀들도 너무 흥미롭거든요.
그래서 개인 작업을 하는 것이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아직 제가 어떤 이름으로 남아야 할지를 결정하지 못했기 때문에, 나중에 정해지면 좋을 것 같지만, 사실 평생 정해지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Q. 요즘은 프로듀서들도 공개적인 활동을 병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계획은 없신가요?
왠지 모르겠지만 공개적인 활동이 좀 부담스럽게 느껴져요. 하지만 준비가 된 상태에서 활동을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은 하고 있어요.
요즘에는 아티스트들이 굉장히 빠르게 소비되고 잊혀지잖아요. 그래서 활동을 시작할 때 초반에 많은 에너지를 쏟아서 활동하는 것 같아요.
인스타그램 같은 SNS가 활발해지면서 사람들은 아티스트의 스토리나 이미지보다는 첫인상만을 소비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 첫인상을 효과적으로 줄 수 있는 시점에서 얼굴을 제대로 보여주는 게 낫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Q. 음악하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지금도 작업하는 것이 너무 재미있어요. 그리고 또 좋은 점은 정해진 시간에 매일 반복적인 출퇴근이 필요 없다는 점이에요.
Q. 앞으로 계획된 활동이 있나요?
같이 했던 친구중에 "The Deep"이라는 친구가 해외에서 특히 잘 되고 있어서, 올해 하반기에 앨범을 발매해야 하는데 거기에 집중하고 있어요.
원래 올해 초에는 30곡 발매를 목표로 했지만, 상황이 잘 풀리고 있어서 앨범 기획에 더 집중해야 할 것 같아요. 그래서 8~9월까지 열심히 작업할 예정이고, 원래 계획했던 것들의 마무리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Q. 음악적 해보고싶은거나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스펙트럼을 넓혀갈 생각이신가요?
올해 초에 큐브 퍼블리셔와 계약을 맺고 케이팝을 작업하고 있는데, 이 과정이 정말 재미있어요. 많은 자본이 들어가는 앨범들이 많다 보니, 음악에 어떻게 자금을 쓰고 배분하는지, 그리고 모든 과정을 기획하는 것까지 볼 수 있어서 흥미롭습니다. 그래서 현재는 아니더라도, 나중에는 케이팝 앨범을 한 번 만들어보고 싶어요.
아티스트 앨범은 다양한 분들이랑 더 많이 하고 싶어요. 제가 컨택을 해서 그 스타일에 맞게 만들어주는 것도 물론 좋지만 이제는 저를 필요로 하는 아티스트들이랑 작업을 하고 싶어요.
Q. 마지막으로 이 글을 보는 모든 웨이버에게 한말씀 부탁드려요!
인터뷰를 보시는 분들 중에는 언더그라운드 음악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텐데, 그 안에서도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사실 인디 씬은 자본이 부족하다 보니 퀄리티가 떨어질 수밖에 없고, 그래서 외부 유입이 힘든 경우가 많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있는 음악을 찾고 싶다면 인디 아티스트들의 곡을 한 번 들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 프로듀싱 작업을 통해 만들어진 아티스트들의 곡도 기존에 있는 곡들보다 새로운 재미를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다른 음악, 특히 팝 음악은 아티스트의 지분이 크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음악을 듣는 재미와 함께 아티스트가 어떻게 곡을 소화하는지에 대한 재미도 있는 것 같습니다. 반면에 전자음악은 프로듀서의 지분이 크다고 생각하며, 전자음악이 완전히 팝화되지는 않았다고 느낍니다. 전자음악에서 팝적인 요소나 다른 장르의 독특한 요소를 결합하는 데서 분명히 재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전자음악을 하는 아티스트들을 많이 지켜봐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