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 Cricket and Lavender > 어떤 곡인가요? 힘든 시기에 저를 위해서 쓴 곡입니다. 마음이 지치고 힘들 때면 당산과 합정 사이에 있는 선유도에 가서 책을 읽기도 하고 산책을 하며 심신을 안정시키곤 했는데요. 보통은 해가 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는데, 그날 따라 해가 질 때까지 있고 싶었어요. 그래서 벤치에 기대어 눈을 감았고, 살짝 잠이 들었습니다.
그때, 꿈결 같던 잔잔한 귀뚜라미 소리와 라벤더 냄새,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풍경이 떠오릅니다. 절반은 밤이 몰려와 어둠이 내렸고, 절반은 노을로 물들어 황금빛이 가득한 신기한 풍경이었죠. 그때 느꼈던 모든 것들을 노래에 담아내고 싶어서 그 자리에서 바로 공책에 가사를 쓰고 집에 가서 밤새 녹음해 완성한 곡입니다.
Q. 작업물 중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은 무엇인가요? 2023년에 발매한 EP에 수록된 <생>이라는 곡이 떠오릅니다. EP는 7곡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중에서 제일 중요한 이야기를 담은 곡이라고 생각해요. 10대에 대한 그리움과 20대에 대한 무책임을 담고 있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인데, 곡을 들어주는 분들 모두가 자신의 입장에서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들었어요.그래서인지 제가 <생>을 듣고 공감에 젖어있을 때마다, 다른 누군가도 이 곡을 듣고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저에게는 가장 애착이 가는 곡입니다.
Q. 여러 아티스트들의 곡에 작편곡, 기타 세션으로 참여하셨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이 있다면?
아무래도 빅나티님의 "INFJ (feat. B.I, 방예담)"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당시 웨이체드 형과 친해진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는데, 제 인스타 스토리에서 제 기타 연주를 보고 연락이 왔어요.그 후 제 기타 트랙을 몇 개 보내달라고 하셔서 쭉 연락을 이어갔고, 결국 그 작업으로 이어지게 됐습니다. 일이 끝나자마자 녹음하러 작업실에 갔던 그 설레는 마음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Q. <지구멸망?(Destruction of the Earth?) (地球滅亡?)> 어떤 곡인가요? “만약 오늘 지구가 멸망한다면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낼래?”라는 질문에 영감을 받아서 쓴 곡이에요. 가사에 직접적으로 나와 있진 않지만, 제가 이 곡에서 전하고 싶은 키워드는 ‘용기’예요.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면 두려울 일도, 망설일 일도 없겠죠.
질문에 대한 제 답변은 코러스 가사에 나와요. "낡아버린 내 스피커 또 마이크 앞에서 부를 거야 들려주지 못한 그때 그 노래 사랑했던 너에게 달려가 그 말을 해낼 거야 너와 함께했던 모든 순간은 반짝였다고"
Q. 여러 악기 중 기타를 선택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곡을 만드는 걸 좋아하고, 피아노 멜로디를 특히 좋아하는데 왜 작곡이나 피아노가 아닌 기타를 선택했냐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종종 있어요. 정말 단순하게, 피아노의 모습보다 일렉기타라는 악기의 외형이 너무 멋있고 예뻐 보여서 자연스럽게 손에 쥐게 된 게 시작이었어요. 그렇게 시작한 기타가 지금은 제 음악을 표현하는 가장 중요한 악기가 되어버렸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