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반가워요,"안재영"님 소개 부탁드립니다!
반갑습니다, 여러분. 밴드 [사이버 파크 게임랜드]의 리더, 안재영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Q. 음악은 어떻게 시작하셨고, 영향을 많이 준 아티스트는 누구인가요?
저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졌던 전자기기가 중학교 입학 즈음 부모님이 사주신 전자사전이었어요. 또래 친구들에 비해 조금 늦게 그런 물건이 생겨서, 어떤 음악을 넣고 다니면 좋을지 몰랐죠. 당시 팝송을 즐겨 듣던 사촌형이 몇 곡을 넣어줬는데, 그 중 Greenday의 Basketcase가 있었어요. 그 곡을 처음 들은 이후로 홀린 듯이 Greenday의 노래들을 찾아 듣게 되었고, 점점 직접 연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학교 밴드부에서 드럼과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노래를 만들게 된 계기는, 학교에서 저보다 기타를 잘 치는 친구를 만나면서였어요. 그 친구는 제가 못 치는 몇몇 어려운 곡들을 너무 쉽게 연주하더라고요. 다른 친구들이 점점 저보다는 그 친구에게만 기타 연주를 부탁하는데, 도저히 연습해서 그 친구를 실력으로 이길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어요. 그게 너무 분해서 '나만의 노래가 있다면 연주 실력과 상관없이 나를 더 멋지다고 생각하지 않을까?'라는 이상한 결론을 내리게 되었죠. 당연히 친구들이 저를 돌아보거나 그러진 않았지만... 그때는 '더 멋진 노래를 쓰면 된다'는 식으로 계속 곡을 쓰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습니다.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은 아티스트는 저에게 처음 세상을 보게 해준 Greenday라고 생각해요. 그들이 첫 번째로 접한 아티스트였기 때문에, 가장 닮고 싶으면서도 가장 닮기 싫은 양가적인 감정을 느끼죠. Greenday의 가사 속에는 굉장히 묵직한 펀치라인이나 기상천외한 라임들이 곳곳에 있는데, 그게 정말 멋지다고 생각해서 많이 따라 하려고 했어요. 한편으로는 그들의 코드 진행이나 화성이 굉장히 단순한데, 그에 비해 치밀하게 짜여진 가사에 비해 기악 구성은 너무 간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내가 하면 더 휘황찬란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코드 진행과 화성까지 가져다 쓰면 너무 Greenday 같을까 봐 두려움도 있었고요. 돌아보니 복잡하고 꼬여 있는 것을 좋아하는 스타일인 것 같네요 (하하).
Q. 요즘 자주 듣는 노래는 무엇인가요?
ASIAN KUNG-FU GENERATION의 리라이트를 가장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유튜브 뮤직 리캡에도 제일 위에 있더군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곡인데다가, 최근 커버를 준비하면서 더 자주 들었어요. 최근에는 00년대 애니메이션 주제가 추천 리스트를 틀어놓는 일이 많았는데, 그때마다 항상 이 노래로 시작했던 것 같기도 해요.
Q. 요즘 근황은 어떻게 되시나요?
최근에는 음악 창작과 관련된 활동을 매우 왕성하게 하지는 않았어요. 정규 2집을 준비할 때 많은 에너지와 영감을 쏟았고,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내가 음악하면서 해야 할 얘기를 다 해버린 건 아닌가?'라는 후련하면서도 두려운 기분이 들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뭔가 만들고 싶다는 에너지가 조금씩 쌓이고 있는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그때가 올 때까지 여유를 가지며 생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Q. 현재 밴드 “사이버 파크 게임랜드”에서 보컬과 기타를 맡고 계신데, 이 밴드는 어떤 팀인가요? 또한, 밴드 이름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요?
저희 밴드를 한 문장으로 소개하자면 "그 때, 그 곳, 그 녀석들."이라는 표현을 자주 써요. 아마 각 동네마다 조금씩은 달랐겠지만, 좋은 단어들을 엮어서 만든 간판의 게임장에 매일 들락거리며, 그곳에서 놀던 이름도 기억나지 않던 친구들... "사팤겜"은 2000년대 어느 시절 그때 보고 느꼈던 것들, 혹은 회상하면서 드는 감정들을 노래로 풀어내려는 밴드입니다.
음악적으로는 그때 많이 들었던, 애니메이션 채널 속 만화 주제가들을 모티브로 삼고 있어요. 일본풍 락 음악들이 많이 번안곡이었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2000년대 일본 락과 비슷한 점이 많다고 느껴요. 악기 구성은 기타 2대, 베이스, 드럼 이렇게 4파트로 구성되어 있고, 이 4개 악기를 최대한 활용해 다양한 소리를 만들어보자는 시도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Q. 작업물 중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은 무엇인가요?
정규 2집 타이틀곡 해상도를 꼽고 싶습니다. 처음 음악을 만들기 시작할 때, 바로 표현할 수는 없었지만 '내가 하고 싶었던 나만의 음악'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었어요. 그 동경이 결국 이 노래로 형상화된 것 같아요. 과한 욕심 때문에 때때로 이 곡이 짐처럼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언젠가 내가 이 노래를 온전히 내 걸로 만들어야지' 하는 감정이 더 컸어요. 이제 노래가 세상에 나온 지금, 아직도 그 곡을 만든 제 모습에 대해 동경하는 마음이 있네요.
Q. 협업할 아티스트를 디깅할 때 주로 어떤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나요?
저는 아무래도 밴드 한 팀으로 하기에도 벅차다 보니, 별다른 협업의 기회를 만들어볼 생각은 잘 못해요. 그럼에도 다른 악기 파트로서, 혹은 조력자로서 협업해보고 싶을 때는 종종 있습니다. 그럴 기회가 생기면, 가능하다면 에고가 뚜렷한 분들과 함께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나는 멋지고 그에 대해 믿어 의심치 않는다'는 마음이 저를 기분 좋은 고양감으로 이끌어줄 것 같아요.
Q. 협업 진행 시 음악적으로, 인간적으로 중요한 포인트는 무엇인가요?
작업 중 크고 작은 부분에 대해 본인이 느끼는 점을 솔직하게 공유하고, 그것에 대해 서로 잘 귀 기울일 수 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공동 작업물에 대해 '내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것'이라는 생각으로, 조금은 거리를 두면서 서로의 의견과 도움이 그 틈새에 닿을 수 있도록 하는 거죠.
아이러니하게도 2집 작업 당시 저는 정반대의 방식으로 멤버들과 협업했어요. 제가 만든 밴드니까, 제 이름이 걸린 제 것이기에, '내 기준에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진행했죠. 그렇게 하다 보니, 너무 오랜 시간 동안 건설적이지 못한 방향으로 표류했던 부분이 많았어요. 제가 세운 벽 때문에 멤버들은 고심하는 저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요. 결국 후반부에는 멤버들에게 의지해 마무리 지었는데, 그 덕분에 제 자신이 놓친 부분을 멤버들에게서 발견할 수 있었어요. 그 경험 이후로는 조금 더 여백을 두려고 노력하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저보고 '독재자'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요 (하하).
Q. 음악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것이나 새로운 목표가 있나요?
최근에는 이펙터를 만들어보는 것에 관심이 생겼어요. 생업 중에 어쩌다 보니 회로나 전기 등을 만져볼 기회가 생겼는데, 그 뒤로 점심시간에 틈틈이 이펙터 회로도를 보고 시뮬레이션 해보는 취미가 생겼습니다. 언젠가는 제가 만든 오리지널 이펙터들로 가득한 페달보드를 구성해보고 싶어요.
Q. 음악으로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가치는 무엇인가요?
어머니께서 "평범한 것이 비범한 것"이라고 자주 말씀하시곤 했어요. 이 말이 처음에는 그냥 무의미하게 들렸지만, 나중에는 점점 의미가 느껴졌습니다. 세상은 정말 특별하고,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도 사실은 아주 평범한 것들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 평범한 것들을 음미할 수 있는 여유와 감정을 가질 수 있게 되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어요. 그러기 위해선 나의 기분, 감정을 표현하는 음악 속에서 다른 사람들도 자기를 돌아보며 조금 더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Q. 평소 성격은 어떤 스타일인가요? 그리고 음악을 하지 않을 때는 무엇을 하시나요?
제 MBTI는 INTP인데, 특히 대문자 N과 P가 강하게 나타나는 스타일이에요. 일상생활을 하다가도 뜬금없이 말도 안 되는 상상을 자주 하곤 해요. 막연하게 그런 일이 정말 일어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갖기도 하고요. 그래서인지 제 성격은 좀 낙천적이고,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상황에 맡기는 편인 것 같아요. 가끔은 이 두 가지 성향이 겹쳐서, 현실적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낮은 일에 대해 기대를 하면서도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아요. 그러다 보면 생각했던 대로 일이 흘러가지 않아 웃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하는 경우도 종종 있죠. 그래서 조금 덤벙대는 성격이라고 할 수 있어요.
최근 음악을 하지 않을 때 가장 많이 했던 활동은 운전이에요. 목적지를 두고 차를 운전하는 게 아니라, 그 자체로 운전의 재미를 즐기는 편이에요. 운전하면서도 제 성향이 폭주하는 걸 즐기는 경우가 많죠. 예를 들어, 제 뒤에 오는 차를 떨쳐내야 한다는 상상을 하며 달린다던가... 물론 교통법규는 철저히 지키고요.
Q.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무엇인가요?
당분간은 앨범 사이버 파크 게임랜드를 중심으로 작업을 이어가려고 해요. 특히 정규 앨범보다는 좀 더 가벼운 규모의 앨범 작업이나 편곡 작업을 해볼 생각이에요. 그 외에도 밴드를 더 알리기 위한 방법을 고민할 수도 있을 것 같고요. 공연은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꾸준히 계속하며 활동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Q. 마지막으로 웨이버와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을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뮤지션으로서 활동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 발을 동동 구르다 보면,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회의감이 들 때도 있고, 지쳐서 그만두고 싶은 순간이 올까 봐 걱정도 되지만, 팬분들이 응원해주실 때마다 그런 걱정이 사라진다는 걸 느껴요. 더 열심히 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겠다는 다짐이 생기죠. 웨이버에서 인터뷰 요청을 받았을 때도 그런 기분을 느꼈어요. 제 다양한 모습을 궁금해하는 분들이 아직 많이 있다는 사실에 기뻤고요.
또, 아티스트들을 위해 멋진 공간을 마련해주신 웨이버 여러분께 감사드리고, 이런 자리를 마련해주셔서 정말 고마워요. 항상 응원해주시는 팬분들께도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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