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반가워요,"씨모에(CIMOE)"님 소개 부탁드립니다!
웨이버 그리고 구독자 여러분, 처음 뵙겠습니다, 힙합을 기반으로 음악을 비롯한 여러 갈래의 예술 세계를 경험하며 체화한 지점들을 뚜렷한 자신의 정체성으로 가져가고자 하는 사람입니다.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한 인간이 겪어온 생을 바탕으로 한 음악을 만든다는 신념 아래 씨모에(CIMOE)라는 활동명으로 여러 예술 작업을 진행해 나가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Q. 씨모에(CIMOE)라는 이름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 당신의 정체성을 어떻게 표현한다고 생각하나요?
씨모에(CIMOE)라는 활동명이 지어진 연유는 꽤 직관적입니다. 음악보다 글을 먼저 작문해 온 저로서는, 문학적 동료분들이나 이후에 음악적 동료분들 모두가 제 작품들을 접하시고는, 입을 모아 주신 반응들 대게가 심오[深奧] 하다는 의견들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그래서 심오하다 라는 어원을 그대로 차용하여 지금의 활동명이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한 사람의 작품성을 일컫는 데 있어서 세간의 평가가 한데 모이는 지점이 분명 존재한다는 것인데 걸맞게 정체성이 표현된 이름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Q. 음악은 어떻게 시작하셨고, 영향을 많이 준 아티스트는 누구인가요?
음악을 업으로 가져가야겠다는 뜻이 발화된 시발점은, 처음엔 그저 작문에만 그치던 일련의 행위들이 운을 맞추어 떨어지는 박자와 함께 각운을 맺는 무언의 약속과 더불어 자신의 사상과 신념을 체화하여 온몸으로 항변하는 그 저항적이고도 계몽적인 행위에 강렬한 감동과 지적인 이끌림을 느꼈던 것이 음악을 업으로 가져가야겠다고 느꼈던 첫 시발점이었습니다.
또한 Bob Dylan, Bob Marley, RAKIM, KRS-ONE, Talib Kweli, Common, NAS, MC META, P-TYPE, IGNITO와 같은 아티스트들에게서 치열한 삶을 문학적인 가치를 지닌 문장으로써 아름답게 표현하며 순수하게 음악을 대하는 뚝심 있는 태도를 배웠지 않았나 생각이 됩니다.
Q. 뮤직비디오에 도자기가 자주 등장하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혹시 직접 만드시는 건가요?
말씀처럼 제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모든 도자류는 제가 스승으로 모시는 웅천요의 사기장이신 최웅택 선생님의 작품들입니다. 예술에 임하는 진정한 <장인정신>이란 과연 무엇인가를 화두로 전국을 여행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문득 머릿속에서 스친 장면이란 것이 도예가들이 가차 없이 자신이 만날 하나의 작품만을 위해 수천의 도자기들을 파기해 버리는 무심한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그렇게 운명처럼 앞서 질문을 주신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모든 도자류를 빚으신 현대 도자사의 거장으로 불리우는 웅천요의 사기장이신 최웅택 선생님을 뵙게 된 것입니다. 그를 거리에서 만난 아버지로 여기며 존경하는 인생의 스승으로 모셔 왔습니다. 당시 웅천요는 20대 끝자락 소년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공간이었고 나아가 마음의 고향이 되어 주었습니다.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신음해 온 지난한 세월이 멎은 지점이었고 홀로 쏘다닌 외로운 유랑의 종착지이기도 했습니다.
이후로도 그 인연이 깊어져 선생님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웅천요를 널리 알리는데 지난 수년간 그 누구보다 힘써왔습니다. 존경하는 거장께 도자의 기술을 사사 받기보다는, 세상과 예술을 대하는 인성과 미학을 배워온 음악가답게 스승을 모시고 <웅천요>라는 트랙을 만들어 한 시절을 영원히 음악 속에 담아 남겨 두려던 욕심마저도 곤궁한 시절 마음 주신 분께 지키는 의리라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과연 어떠한 분의 총애와 사랑을 받고 자라왔는지를 잊지 않고자하는 자세이기도 할 테지요.
Q. 음악과 도자기라는 이색적인 조합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나요? 보통 국악, 판소리를 생각하는데 힙합 장르를 선택 이유가 궁금합니다.
음악과 도자, 나아가서는 힙합과 다도. 말씀하신 이색적인 조합에 있어서 감히 한 말씀을 드리자면, 새로운 형태의 문화를 직역해 냈다고 표현할 수가 있겠습니다. 제가 행하기 전에는 존재해 오지도, 양립되지도 않아 왔던 조합이었으며 씨모에와 웅천요, 사제간의 [예술적 연대]라는 긍지 아래 촉발된 한국 힙합사와 한국 도자사의 근사한 장면 중 하나로서 리스너와 다인들께 기억될 수 있다면 영광이겠습니다.
Q. 래퍼로서, 그리고 예술가로서 가장 도전적이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래퍼로서 가장 도전적인 지점은 아무래도 장장 3년여의 세월을 넘게 할애하여 제작에 착수한 끝에 작년 봄 무렵, 정규 2집 초[超]를 무사히 정식 발매한 것과 이 음반에서 고수하고자 한 작법에 있어서 한 치의 타협도 허락하지 않은 점, 그리하여 작가 정신을 간과하지 않은 채 사상의 음악화를 완수한 순간들이 있겠습니다.
예술가로서 가장 도전적인 지점을 꼽자면, 아무래도 2022년 서울 한남동의 갤러리 모노하(MONOHA)의 주관하에 열린 <웅천 도공의 魂 : 최웅택 이도다완 [展]>의 전시를 대표한 표지작을 직접 촬영한 것과 더불어 전시의 사전 회의부터 전시를 마치는 날까지 모든 순간의 시작과 끝을 지키며 선생님과의 신의를 지켰다는 지점에 있겠습니다.
음악가로서의 타이틀은 잠시 내려둔 채 오로지 인간 이상원으로서 스승의 전시를 찾아주신 귀빈들께 당신의 작품으로서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당당하게 차를 대접해 드린 것 또한 제게는 예술가로서의 한 도전이었습니다.
Q. 요즘 자주 듣는 노래는 무엇인가요?
미발매 곡들과 더불어 최근 발매가 된 Kendrick Lamar의 GNX, SZA의 SOS Deluxe:LANA를 더불어 계절이 차가워지니 Kanye West의 808s & Heartbreak와 Portishead, Sigur Ros, James Blake의 음반들에 자주 손이 가게 되더군요.
Q. 요즘 근황은 어떻게 되시나요?
올해 발매를 목표로 제작 중인 차기작의 편곡과 작사의 영역이 혼재되고 있는 와중입니다. 해당 작품의 작사의 결은 관조적인 문체가 다수일 것이며 시선은 거시적일 것입니다. 하여 제작의 속도 또한 창작의 결괏값을 채근하는 법 없이 삶을 온전히 맞닥뜨리며 살아온 미문들을 내면에서 끝없이 연단하고 있습니다.
아마, 전작들보다는 참여진의 수도 현저히 적을 것으로 보이며 내면의 순도 또한 높은 밀도로서 자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씨모에와 최웅택 사기장의 인연사를 담은 다큐멘터리가 제작되고 있습니다. 현재 막바지 편집과 인물 간의 인터뷰, 후시 녹음만이 남아있습니다. 머지않아 세상에 발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Q. 작업물 중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은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정규 2집 초[超]의 DOUBLE TEITEL 곡들인 <사자의 생(生)>과 <힘에의 의지(時代精神)>가 애착이 갑니다.
우선, 사자의 생(生)에서는 힙합과 다완으로 표현할 수 있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최전선에서 선보이는 대한민국 이도다완의 정점, 웅천요 최웅택 사기장과 씨모에의 장르를 초월한 사제간의 예술적 연대를 그려나갔고, 힘에의 의지(時代精神)에서는 가수란 오직, 시대정신을 지닌 채 마주한 시대를 가감 없이 작품으로서 세상에 선보일 것. 이 사실만이 가수가 지닐 수 있는 [본령]이 아닐까 생각하며 품어온 사상의 음악화를 집대성한 작품이기에 그렇습니다.
Q. 작업할 때 스타일은 어떤 편인가요?
유독 자신에게만큼은 모질고 혹독한 편이었던 것 같습니다. 늘, 스스로를 애틋해하며 깊이 미안해하고 있습니다.
Q. 평소에 목 건강 관리는 어떤 방식으로 신경 쓰시나요?
아무래도 차(茶)의 덕이 분명 녹아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정신과 몸을 맑히는 음료이다 보니, 분명 목에도 이로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짐작합니다.
Q. 협업할 아티스트를 디깅할때 주로 어떤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나요?
음악적으로 추구하고자 하는 바와 제시할 비전이 명확하고 그 의도가 선한 아티스트들을 좋아합니다. 대체 불가한 색채를 지닌 목소리나 작법을 보유한 아티스트분이라면 더할 나위가 없겠습니다.
Q. 협업 진행 시 음악적으로, 인간적으로 주요한 포인트는 무엇인가요?
사람이 음악을 하는 것이지, 음악이 사람을 하는 법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더군다나 협업에 있어서 인간적인 향기나 매력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협업은 어려울 공산이 크다고 여겨집니다.
Q. 음악으로 도전해 보고 싶은 것이나 새로운 목표가 있나요?
현재 주어진 프로젝트들을 흠결 없이 높은 완성도로 세상에 내어놓는 것입니다, 음악적 혹은 예술적으로 말입니다. 규격화된 틀 안에서 창작을 행하는 건 제 지성과 안목을 모독하는 일이 될 테니 자유롭고 넓은 시야로 앞일을 도모해 나갈 생각입니다.
Q. 음악으로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가치는 무엇인가요?
이 몸 하나 뜻대로 못 가져갈 텐데 이 땅에 아름다운 글귀 한 줄 남기고 가겠다는 마음과 함께 시대가 기억할 가사 한 줄 남기고 가는 것이 제 오랜 소명입니다. 이 소명을 가치 있는 음악으로서 남길수 있도록 부단히 정진하겠습니다.
Q. 만약 당신의 음악 세계를 도자기 한 점으로 표현해야 한다면, 어떤 형태와 색감을 가지고 있을까요?
두말 들 것 없이 웅천요의 최웅택 사기장께서 빚은 대이도다완을 들 수가 있겠습니다. 마치 자연의 어딘가에서 불쑥 튀어나온 듯 천연덕스럽고 태토가 숨김없이 드러난 채 호방한 물레선 아래로 모나고 뒤틀려 제멋대로인 생김새에 불길을 뚫고 태어나 갈라질 대로 갈라졌는데도 태생인지 이상하리만치 당당하며 그리하여 그 뒷모습이 더욱 잔상에 남는. 어디 하나 고른 구석 없는 그 자유함과 고유한 개성, “쓸 테면 쓰라지, 못 알아보면 별수 없고.” 온유한 듯 호전적이고 무심한 듯 보이나, 하루에도 사계절을 겪는 듯 양극단의 감정 기복을 오가는 그러한 마음이 다 담긴 수 있는 비파 빛의 체색에 매화피가 웅대한 굽 주변으로 만개하듯 피어난. 그리하여 한 인간을 빚을 수 있는 그러한 다완 한점에 제 전위적 비애가 깃든 음악 세계를 표현할 수 있다면 큰 광영이겠습니다.
Q. 평소 성격은 어떤 스타일인가요? 그리고 음악을 하지 않을 때는 어떤 것을 하시나요?
겉으로는 속내를 헤아리기가 어렵고 냉정하며 심오한 사람일 것 같다는 이야기를 주로 듣습니다만, 사랑하는 것에 대해서만큼은 지독하리만치 일관적인 사람이기도 합니다. 음악을 하지 않을 때는 주로 글을 쓰고 책을 읽고 걷고 달리는 것을 즐겨서 산을 오르거나 천변을 달립니다. 무엇보다도 계절마다 피어나는 꽃을 화병에 담아서 스승의 다완에 맑은 차를 내어 마시는 소박한 즐거움은 그 무엇에도 비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Q.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무엇인가요?
차기작의 올바른 완수와 함께 감독님과 다큐멘터리의 편집을 완수하는 것이 현재 가장 앞세울 활동 계획입니다.
Q. 마지막으로 웨이버와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지금 대한민국이 무척 아픕니다. 모두 이 어려운 시기를 무사히 버텨 내시길 기원합니다. 너무나 많은 말을 남겨두어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긴 글을 정독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해 올립니다. 평소 씨모에의 음악관과 인물됨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께는 이 인터뷰가 좋은 자료로서 그 가치를 지닐 것으로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